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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SD 일기02. 살아남은 자의 슬픔 - 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

by 썰감 2024.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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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부터 보기 시작한 드라마는 파도타기를 멈추지 않았다. 

환혼을 보고 이재욱의 매력이 신기해서 도도솔솔라라솔도 보고... 뭐 그런 식이었다. 넷플릭스 메인에 계속 뜨는 철인왕후는 뭔가 비호감이어서 꽤 오랫동안 미뤄두고 있었는데, 어느 날 보기 시작해서 피식피식 웃으며 결말까지 이어졌다. 철인왕후의 배우 중에는 이전에 전혀 모르던 김정현이라는 배우의 매력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기도 했다. 그리고 신혜선이야 뭐 말할 것도 없다. 안타깝게도 김정현이 주연인 꼭두의 계절은 내가 사는 곳에서 볼 수가 없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신혜선의 이번 생도 잘 부탁해를 보기 시작.

 

 

괜히 봤던 것 같다.

아역배우인 김시아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였을까. 신혜선의 전생인 윤주원과 문서하가 아직 어린 아이들이었을 때,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문서하는 차에 갇힌 채 윤주원이 눈물을 흘리며 죽어가는 것을 고스란히 지켜보게 된다. 이 장면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 드라마가 나는 무척이나 마음 아프고 불편했다.

하지만 어린 문서하가 어른이 되도록 가슴 속에 아물지 않는 상처를 가지고 성장했다는 설정 때문에 어린 윤주원의 슬픈 사망 장면은 계속 계속 마음이 아프게 그려지고 반복되고 있었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환생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의 모든 전생을 기억하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윤주원으로 살았던 직전의 전생에서 너무나 좋은 엄마, 가정환경에 감사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이미 나이가 들어버린 윤주원의 엄마를, 동생이었던 윤초원이 술에 취하는 바람에 데려다 주며 멀리서나마 지켜보게 된다.

 

현생의 주인공은 전생의 엄마에게 아직도 따뜻한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차마 다가갈 수 없는 엄마의 품 대신, 허공을 향해 팔을 뻗어 안으며 애타게 엄마엄마를 불렀다.

닿을 수 없는 거리의 사람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이름.

 

 

그리고

 

섬뜩한 슬픔이 생각났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 봤던 사람들은 알 것이다.

시간이 너무 오래되면 떠나보낸 사람과의 기억이나 상황조차도 희미해지지만,

가슴 속에 내려꽂힌 그 섬뜩한 슬픔의 기억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생생하다.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로맨스 드라마인데.

몇몇 장면으로 인해서 나는

오랫동안 아주 긴 여운을 가진 섬뜩한 가슴의 통증을 다시 느꼈다.

 

 

 

 

우습고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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