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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치민 라이프

2023년 호치민 - 나트랑 오토바이 가족 여행기 - 첫째 날

by 썰감 2023.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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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결심을 했다. 

지난 번 호치민에서 달랏으로 세 식구가 오토바이 여행을 다녀온 후, 목표가 하나 생긴 참이었다. 바로 나트랑 여행. 아마도 우리가 오토바이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여행이 아닐까 싶었다. 달랏 여행 때만 해도 마냥 꼬맹이 같았던 딸은 이제 초등 4학년의 훌쩍 큰 키로 무럭무럭 자랐으니 자연스러운 생각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참에 우리 부부는 지난 달까지 방학동안 한국으로 나가 있었던 나와 딸아이가 호치민으로 귀국하면, 그 다음날 바로 여행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호치민에서 나트랑까지 지도를 찍어보니 대충 400킬로 정도가 나온다. 

 

오토바이 여행은 자동차 여행과는 전혀 다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다르게, 오토바이에 앉아서 보는 하늘과 주변풍경은 시야 가득 풍성한 감동을 선사한다.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탁트인 느낌으로 올려다보는 하늘은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베트남 여행은 오토바이 여행을 빼놓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하지만 오감을 모두 만족시키는 이런 멋진 오토바이 여행은 고통을 수반한다.

뜨거운 햇볕과 우천, 온열피로, 위험성, 최소한의 짐가방이라는 난제... 그리고 세 식구가 오토바이에 올랐을 때는 자동차와는 차원이 다른 주행의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친한 친구 부부는 붕따우까지 오토바이로 다녀온 이후 다시는!!!! 오토바이로 장거리를 가고 싶지 않다고 손사레를 치기도 했다. 일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코로나 격리기간에도 세명이서 베스파 한 대에 올라 달랏까지 다녀온 노련한 여행쟁이들이 아니던가. ㅋㅋㅋ

작전을 잘 짜야 했다. 호치민에서 바로 나짱까지 당일로 쏜다는 남편 회사동료도 있지만, 그건 우리 로씨야 형님이니까 가능한 얘기다. 우리는 중간 기착지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중간 기착지는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붕따우 호짬의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정해졌다. 하루 푹 쉬고 해안을 따라 쭉 올라가면 나짱이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그렇게 밤 비행기로 호치민에 귀국한 후 새벽 1시에 도착한 집에서 새벽 3시까지 다시 짐을 싸고 다음 날 아침에 출발을 감행했다. 물론 남편도 그 전날 새벽부터 일하고 퇴근한 터였다.

 

 

1일차. 오토바이 타고 일단 호짬으로 출발

몇 시간 못 자고 출발한 것 치고는 컨디션이 양호했다.

이 여행을 위해 빌려온 오토바이는 바로바로 PCX. 기운찬 이 녀석은 시원시원하게 잘 달려줬지만, 문제는 안장이었다. 중간에 운전자 엉덩이 부분에 올라온 칸막이 같은 게 영 불편했다. 앞자리에 아이를 태우면 뒤로 밀려야 하는 운전자는 하는 수 없이 그 초승달 같은 칸막이에 걸터앉을 수 밖에 없었다. 뒷좌석에도 짐 싣는 공간에 구멍이 없어서 나 또한 지지할 곳이 없는지라 손에서 쥐가 날 지경이었다. 

 

게다가 뒤에 매달린 짐가방이 마후라쪽에 닿아서 녹아버리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딸아이 옷도 몇 벌 눌어 붙고 ㅠㅠ 

롱탄 휴게소에서 아이스크림 먹자고 신나게 달려가지 않았다면 알아채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롱탄밀크 아이스크림은 빼놓으면 안된다는 진리는 사실이었던 걸로.

 

 

그렇게 열심히 달려서 도착한 호짬 인터컨티넨탈.

사랑해 마지않는 아펠레스 어메니티로 휴식을 취하니까 천국이 따로 없다. 고마운 마음에 카지노에서 소정의 수수료(?)를 지불한 후 가벼운 마음으로 물놀이도 즐기고 신나게 놀았다. ㅎㅎ 

호짬 인터컨티넨탈 영화관에서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상영 중이었는데, 난 이미 한국에서 봤으므로 패스~

 

호텔방으로 올라와서 밤이 되자마자 세 식구가 모두 꿀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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