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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치민 라이프

2023년 호치민 - 나트랑 오토바이 가족 여행기 - 둘째 날

by 썰감 2023.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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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치는 베트남 호치민 근교 호짬의 인터컨티넨탈 호텔.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슬슬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 오토바이 여행은 짐이 별로 없기 때문에(정확히 말하면 짐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에) 준비도 별 게 없다. 선크림을 뿌리고 바르고 긴팔옷으로 팔도 가리고 장갑과 마스크, 스카프 헉헉.... 미칠듯한 태양을 가리는 준비가 제일 중요하다.

 

 

오늘은 호짬에서 나트랑까지 쭉 타고 올라갈 예정이다. 총거리 344킬로가 찍혔다.

대충 서울에서 경주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나트랑 도착하면 기념삼아 황남빵이라도 하나 깔까 싶다.

 

 

다시 한번 결의를 다진 후 오토바이 시동 걸고... 드디어 출발.

 

 

호짬에서 판티엣까지는 해안도로가 멋지다

 

호짬에서 출발해 시원한 바람을 가르다 보면 중간중간 바다가 꽤 근사하다. 그런데 한참을 달리다 보니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비를 피하자고 했지만 남편은 저 앞이 맑은 하늘이니 뚫고 가자고 한다. 오 그래? 그럼 우리 비맞자! 하고 정면돌파 시전.

근데 빗방울 왜 아파요..?

아니 옷 젖고 그런 건 괜찮은데요... 얼굴에 도장으로 엊어맞는 느낌이 나는 건 왜 때문이죠?

빗방물을 맞을 때마다 얼굴이며 팔이며 막 빵꾸가 나는 느낌이랄....까....

오토바이 위의 세 명이 쫄딱 젖으면서 어찌나 따갑고 웃기던지 달리는 내내 다들 깔깔대고 있었다. 

하지만 비구름을 벗어나니 금새 쨍쨍한 곳을 달리고 있다. 언제 젖었냐는 듯 옷도 쫙 마르고. 

 

오늘의 첫 휴식은 판티엣이다. 

샌듄과 피싱빌리지로 유명한 무이네가 있는 판티엣. 롯데마트에서 점심도 먹고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판티엣 롯데마트의 카페에서 휴식도 하고 점심도 먹었으니 이제 다시 출발이다

 

판티엣에 새로 생긴 고속도로. 네비게이션이 자꾸 고속도로로 인도하지만, 오토바이는 고속도로를 타면 안된다. 고속도로에는 귀신보다 더 말이 안통하고 트롤보다 못된 야수들이 기다린다. 그렇다. 베트남의 교통공안이다.

이 분들은 시도때도 없이! 아무런 이유없이! 금전을 요구하신다.

베트남 공안은 자기가 찍은 운전자를 탈탈 털다가 흠잡을 곳이 없으면 커피값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당당한 분들이다. 그러니 이 분들을 무려 고속도로에서 만난다면 여행이 끝나기 전에 호주머니가 죄다 털릴 거란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게다가 개차반으로 운전하는 베트남 운전자들과 고속도로를 같이 달리는 건 정말이지 사양하고 싶다. 

 

근데 왜 네비게이션은 자꾸 고속도로 입구로 데려다 놓을까... ㅠㅠ

뻥뻥 뚫린 길이 그렇게 좋으니? 응? 막 달리고 싶어? 너무 오래 걸릴까봐 걱정돼서 그래? 

네비야 너 왜 그래.... ㅠㅠ

 

 

네비게이션을 겨우 진정시켜서 국도로 한참을 달렸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하늘.

멀리서 비행기가 상승하면서 그려준 비행운도 멋지고

드넓은 농가풍경도 예쁘다.

 

나트랑 가는 국도를 따라 쭉 올라가면 하노이까지 간다. 현재 위치 하노이까지 1441킬로미터.

 

어느 시점부터는 이상하게 바람이 강해졌다.

그냥 바람이 센 정도가 아니라 오토바이가 휘청거릴 정도의 강한 바람.

둘러보니 사방에 풍력발전기 바람개비가 돌고 있다.

아... 여긴 원래도 바람이 센 곳이구나 싶다. 몇 시간 안 달린 것 같은데도 이렇게 다른 느낌이 난다. 베트남은 참 재미있는 곳이다.

 

판랑탑짬 Thành phố Phan Rang - Tháp Chàm 시내에서 본 쌍무지개

 

오토바이로 계속 달렸던 것 같다. 아주 곧게 뻗은 길을.

생각보다 길이 좋아서 좀 놀랄 정도였다. 그냥 쭉쭉 뻗어 있는 길 옆으로 한없이 펼쳐진 시골풍경이 참 좋았다.

그리고 시내에 들어온 것 같다 싶었을 때, 갑자기 나무 사이로 쌍무지개가 떴다.

옛날 옛날에 유럽여행에서 와인농장에 갔을 때 끝없는 포도나무 위로 쨍 하고 비치던 쌍무지개 이후 얼마만에 본 걸까.

빗방울과 나뭇잎 사이로 보이던 그 아름다운 모습이란.

 

판랑탑짬에는 멋진 고사원이 있다는데, 우리는 시간 상 간단히 식사만 하고 다시 출발해야 한다.

저녁식사는 꼬맹이가 좋아하는 졸리비 스파게티다.

얼마나 목이 말랐던지 나도 모르게 콜라 한잔을 앉은 자리에서 원샷 ㅎㅎㅎ 밖을 보니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다.

그래. 스파게티 먹다보면 그치겠지... 그래도 들어올 때 번개가 심상찮았는데 절묘한 타이밍으로 비를 피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졸리비에는 생일파티가 있는지 커다란 졸리비님이 궁뎅이를 흔들며 나왔다. 화장실 다녀오다가 준비 중인 졸리비님을 마주쳤는데 무슨 연예인 보는 느낌이지 왜? ㅋㅋㅋㅋ 

어느덧 비도 조금 잦아들고, 이것저것 달콤한 식사들로 배를 채우니 또 출발할 기운이 솟아난다.

 

하지만 이미 해는 져버렸다.

캄캄한 도로를 트럭들과 달리는 건 정말 무섭다.

길은 꽤 좋지만, 줄곧 옆에 트럭이 지나가고, 비 때문에 시야도 나쁘다. ㅠㅠ

다행히 얼마 안 가 비는 그쳤지만, 이미 물투성이가 된 길을 달리는 오토바이는 꽤나 조심스럽다.

그리고 바퀴에서 튀는 흙탕물로 내 등에는 흙탕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또르르..... ㅠㅠ

열심히 달리다보니 그래도 깜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어찌나 기쁘던지.

깜란부터는 완전히 시내길이다. 판랑탑짬에서 깜란까지는 무슨 고속도로도 아니고 밤이라 잘 안보여서 그랬는지 캄캄한 공포의 길이었는데.

 

 

0.5박의 성지 V호텔, 완전 비추

 

드디어 나트랑에 도착! 아고다에서 찾은 나트랑 0.5박의 성지 브이호텔에 체크인했다.

하지만........ 내 이럴 줄 알았다.

브이호텔은 0.5박에 좋은 가성비 호텔이 아니다.

그냥 싼 호텔일 뿐. 호텔...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모텔 같은 이 곳.

아침식사는 더 심했다.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유일한 장점은 수압이 세다는 것. 그거 딱 하나임.

 

 

 

오늘의 임무를 완수한 피곤함과 뿌듯함.

하루 종일 350킬로미터 정도를 달렸다. 앞에 앉아 네비게이터 역할을 맡은 딸아이와 팔이 저리도록 운전한 남편. 두 사람 정말 대단하다. 사랑해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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