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호치민 - 나트랑 오토바이 가족 여행기 - 다섯째 날. 달랏 카페 뚜이모또, 버섯국수 대존맛집

오늘은 나트랑을 떠나는 날이다. 오토바이로 호치민에서 출발해 호짬에서 하루를 묵고 나트랑을 왔던 동선과 달리, 나트랑에서 호치민을 갈 때는 달랏을 들렀다가 갈 예정이다.
왜냐면... 3년 전 딸아이가 테라코타를 또 한번 가고 싶다고 했기 때문.
사실 딸래미는 지난 달에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모시고 달랏에 다녀왔는데, 그 때 내가 또 가성비 따지느라고 희안한 호텔로 모셨다가 정말 큰 낭패를 경험했었다. ㅠㅠㅠㅠㅠㅠㅠ
그 때 나도 생각했다. 아... 테라코타 그립다고.
그러니까 순전히 테라코타 가기 위해 달랏을 경유하는 코스인 것이다. ㅋㅋㅋㅋ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가족은 정말이지 재밌는 듯.^^
 
 

나트랑에서 달랏으로 넘어가는 공포의 산길

 
 
그런데 나트랑에서 달랏으로 가는 길은 엄청난 산길이다.
옛날 미시령 고개 넘어가는 것과 씽크로율 99%구요.... 중간에 주유소는 커녕 민가도 없음. 안개는 꼈다가 말았다가 하고 비도 왔다 그쳤다 반복. 해지고 여기 넘을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아야 한다. 아침에 출발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다시 한번 당부하지만 미시령 한계령 쌈싸먹는 그런 길임. 80년대로 타임머신타고 이동해서 강원도 가는 느낌이다.
아... 몇 시간을 구불구불 산을 계속 타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야 하는데 기름 떨어지면 어쩌지 하는 진짜 현실감 넘치는 스릴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뭐 그런 코스임. 
 
 

 
희안하게 거리표지석이 플라스틱 완전 새거였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나트랑 여행상품은 달랏을 끼워넣는 일정이 있는데, 아마도 저 빤딱빤딱 신삥 플라스틱 거리표지석은 80년대 미시령 계곡길을 여행사 버스에 앉아가는 한국인들을 위한 게 아닐까 하는 게 나의 합리적인 의심이었음.
정확하게 10킬로마다 세워진 새 물건이라니!!!! 베트남의 다른 지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다.
 
 
 
 

감성 터지는 달랏의 카페 뚜이모또

 
 

여튼 비가 후두둑 했다 말았다 하는 와중에 달랏에 도착.
내가 너무나 그리워했던 카페 뚜이모또 안으로 달려 들어감.

 
근데 뚜이모또 너무 변한 거 아니냐고요.
원래 마른 날에도 처마에서 물이 똑똑 떨어져서 아래 야트막한 물길로 흘려 보내는 그 갬성 터지는 시스템 어디갔냐고!!!! 그거 보러 왔는데!!!! 

 
아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안 나는 뚜이모또라니 상상도 못했다.
게다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데이지 꽃 어디갔늬. 꽃이 다 져버려서 없어 ..... ㅠㅠ
 

 
그래도 뚜이모또 너는 여전히 이쁘구나. 커피도 맛있고. 아쉽지만 이걸로 만족해야지.
 
 
 

어마어마한 맛을 발견하다. 달랏 맛집 표고버섯 쌀국수

 
비가 내려도 맛집을 향한 집념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우린 오늘 버섯 쌀국수를 먹으러 가는 길이다.

표고버섯이라니 얼마나 맛있을까 기대했는데, 깨끗한 식당과 MSG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에 뭔가 아주머니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고 해야 하나. 무슨 유명 산 주변의 약초식당에 온 느낌이었다.

 
그리고 버섯국수가 나왔는데.....
 
 

 
진짜 대박 맛있음. 비가 와서 따끈한 쌀국수가 더 맛있게 느껴진 것도 있겠지만, 달랏은 원래 추운(!!!) 곳이기 때문에 이런 따끈한 쌀국수의 맛이 달랏의 갬성 맞다.
근데 맛이... 맛이...... 감칠맛 터지는 국물과 버섯향. 그리고 한약재 비슷한 풍부한 향이 섞여서 너무너무 맛있었다. 고기도 어쩜 그렇게 야들야들하게 잘 삶았을까.
음식에 대한 집착이 1도 없는 남편이 생전 처음으로 한 그릇을 더 시켜 먹는 희안한 광경도 보게 됨. 아직도 생각난다. 버섯 쌀국수. 달랏에 또 가면 다시 한번 들러야 할 달랏 최고의 맛집으로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