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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베트남 어드벤처

베트남 호치민 코로나 격리시설(안장) 일기 1일차

by 썰감 2021.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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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집을 떠나 공항에 도착하기 전까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베트남 코로나가 나를 호치민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인도할지...

 

호치민으로 가는 마지막 비행기가 될 줄은. 그토록 많은 베트남인들의 엑소더스가 펼쳐지고 있을 줄은.

비엣젯 항공은 자국민을 위해 인천발 호치민행 마지막 비행기를 띄웠고, 오버부킹을 감행했다.

탑승은 자국민우선이라 했다.

수속데스크에는 베트남인들이 끝도 없이 줄을 섰다.

비행기좌석은 240석.

10시 보딩이라는 비행기는 10시 15분에도 수속이 이어지고 있었다.

가까스로 잡은 좌석.

내 뒤에 줄섰던 60여명의 베트남인들은 길었던 줄에도 불구하고 허망하게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이 비행기에 한국인은 열다섯명 남짓이었다.

꽉꽉찬 비행기는 5시 반에 호치민 공항이 아닌, 껀터공항에 우리를 내려줬다.

영사관직원들이 나와 한국인들을 한명 한명 확인하고 안내해주셨다. 인상좋은 부영사님 덕분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도 감사할 따름.

방역설문을 마치고 격리시설로 곧 떠난다는 안내를 받은게 6시 반.

작은 공항 앞에는 미니버스가 끝없이 줄지어 서 있었다.

한국인들은 호치민 한인회에서 주신 이불가방을 지급 받았다.

버스는 두시간을 달렸다.

안장성이라고 했다.

버스가 군부대로 들어가 멈추자 버스 외부에 소독약이 살포되었다.

한차 한차... 사람들이 엄격한 통제에 따라 내렸다.

내린 사람들은 손소독을 하고 쓰고 있던 마스크를 폐기한 후 새 마스크를 지급받아 착용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8살 딸아이는 잠에 취해 비몽사몽 중에도 이 상황을 본능적으로 이해했는지, 아무말없이 잘 따라주었다.

한국인들 숙소는 맨 뒷편이었다.

베트남인들이 한국인과 섞이는 것을 꺼려한다는 소문도 들렸다. 베트남에 코로나가 번지는 것이 두렵다고 한다. 이해할만 했다. 생존을 위협받는 공포감 앞에 장사는 없다.

우리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 구 막사로 배정되었다.

바닥은 깨끗하게 청소와 락스소독이 되어 있었다. 낡은 시설은 어쩔수 없었다.

다른 동은 에어컨도 있다고 하는데, 여러명이 함께 쓰고 있었다.

격리와 방역이라는 과제에는 한국인들이 쓰는 이 낡은 숙소가 더 좋다고 생각했다.

방마다 2층 침대 3개가 있지만, 낡은 이층침대는 윗층을 사용할수 없어 각 방에 3명이다.

방에는 뒷편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딸려 있다.

여기가 샤워실. 물이 쫄쫄거린다.

수세식을 가장한 푸세식이다. 바가지로 물을 끼얹져야 내려간다고 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표가 역력하다 문고리는 녹슬었고, 물통은 삭아서 깨졌다.

하지만 나름대로 보급품이 세심했다.

새 양동이와 대야, 큰 대야도 비치되었고 수세미와 세제까지 놓었다.

일회용 샴푸와 바스도 넣어줬다.

방 앞에는 콸콸 쏟아지는 새 미니 세면대도 만들어져 있었다.

베트남 정부가 일을 굉장히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

고마웠다.

부디 내가 민폐가 되지 않기를.

늦은 저녁식사도 제공되었다.

허겁지겁 먹는 밥이 꿀맛이다.

숙소배정에 보급품 지급에 배식까지 맡은 군인들은 방호복과 방호경, 마스크로 중무장했다.

얼마나 더울까.

우리도 잠이 쏟아진다.

베트남 호치민 코로나

2020년 3월 5일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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