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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베트남 어드벤처

베트남 호치민 코로나 격리시설(안장) 일기 10일차

by 썰감 2021.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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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는 3살짜리 아가가 있다.

그리고 오늘은 세번째 생일이라 했다. 축하해주고 싶어서 어젯밤 만든 배너를 새벽에 문앞에 붙여줬다.

 

 

 

아침에 배너를 발견한 아기엄마가 활짝 웃으며 기뻐해서 ein과 나도 기분이 좋아짐.

다른 집에서는 군가가 흘러 나왔다. 군대 다시 간 기분이라며 군가를 틀었는데, 이질감이 전혀 안느껴져서 재밌었다. 새벽 6시 반에 듣는 전선을 간다.ㅋㅋ

구호물자를 보고 황금마차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아침식사는 찹쌀밥이 나왔다. 노란색 지단 같은게 뿌려져 있었는데, 알고보니 돼지고기였다.

ein에겐 좀 질겼는지, 질겅질겅 씹으며 '돼지껌'이라고 말해서 웃음이 났다.

오늘도 무지 더웠다. 일기를 쓰는 지금 너무 시원해서 좀 추울 정도인데, 기온이 29도다. 인간의 적응력에 놀라워하는 중이다.

오늘 더운 와중에 타일바닥 미싱을 하던 Derek은 물기가 마르지 않은 바닥에서 미끄러져 머리를 부딪혔다.

빨개진 두피를 보니 뇌진탕 없는게 천만다행일 정도였다. 격리하다가 미망인 될 뻔...ㅠㅠ

그렇지 않아도 간이침대 때문에 허리가 아파서 잠도 못자고 소화불량을 호소해서 마음이 아팠는데.

보급품 중에는 쎄봉 C'est Bon 이라는 케익이 있는데, 맛이 정말 오묘하다. 오늘 성분이 궁금해서 구글 번역기를 대보니 놀랍게도 닭고기맛이었다. 내친김에 성분표도 찍었다가 ein과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었다.

 

 

골판지 같아 4g

마리화나 2g...

처음 갖다 댔을때는 시체 70kcal라고도 나왔음ㅋㅋ

베트남어 번역은 아직 갈 길이 먼가보다.

오후에는 Derek이 연유커피를 사줘서 맛있게 마셨다. 먹어본 커피 중 제일 맛있다. 아마 평생 못잊을 맛일듯.

밤에는 병사들이 쓰레기를 태웠다. 자연스럽게 여러군데서 불을 활활 피우는데,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하다.

 

 

덕분에 ein과 또 노래를 부름ㅋㅋ

등에 땀띠가 흠뻑 났는데도 잘 참고 잘 노니 기특하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쿵짝거리는 소리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사람들도 엄청 나와 있었다. 베트남 여자들은 파자마를 하루종일 입고 다닌다. 그것도 긴팔 긴바지 파자마다. 다들 비슷한 파자마를 입고 산책도 하고 일상생활도 한다. 무척 신기한 광경이다

하늘을 수놓은 별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정신없이 바라보노라면 목이 다 아프다. Derek이 알려준 오리온자리는 아주 잘 식별된다. 신기하다. 반딧불이가 없는게 아쉽다.

격리자들끼리 모이는 단톡방에서는 비자와 입국 이슈로 다들 걱정이 태산이다.

베트남은 점점 문을 굳게 닫는 중이다.

전염병이 창궐하면 대책이 없는 열악한 의료환경을 감안하면 이해는 가지만...

걱정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신속대응팀은 코빼기도 안비치고 있다가 어제 가까운 격리시설에 가서 생수 필요하면 말하라는 어이없는 일만 하고 돌아간듯 하다. 뉴스에서는 뭐라도 한것처럼 발표해서 한번 더 어이가 없었다.

죽어나는 건 일을 해야하는 일반 국민들이다.

그래도 오늘은 격리일이 두자리수가 되어서 좋다.

 

베트남 호치민 코로나

2020년 3월 14일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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